회식 때마다 여직원들 테이블에 끼어 앉아 뭇 늑대들의 눈총을 받는 김 대리. 특별히 업무 능력이 탁월하지도, 그렇다고 외모가 특별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회식자리에서는 여직원들의 초청 1순위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김 대리는 회사 내 고기 굽기의 달인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김 대리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언제나 육즙이 찰찰 배어나오는 노릇노릇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모처럼 VIP석으로 불리는 사장님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굽다가 고기를 홀라당 태워 먹은 정 대리. 설상가상 매캐한 연기에 가뜩이나 작은 눈을 연신 끔벅이던 사장님의 한 마디가 정 대리의 가슴을 고기처럼 까맣게 태웠다.
“정 대리. 이 고기는 자네가 다 먹고, 가서 김 대리 좀 불러오지.”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맛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고기를 잘 먹는 사람은 모래알처럼 많아도 막상 고기를 맛있게 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기 잘 굽는 김 대리의 비법은 무엇일까? 정 대리는 며칠 뒤 소주에 맥주,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극진한(?) 접대 끝에 술자리 말미에서야 비로소 김 대리로부터 비법을 들을 수 있었다.
“고기는 아주 미묘한 존재일세. 고기를 잘 굽기 위해서는 고기를 먼저 알아야 하지. 자네 정육점 가서 삼겹살을 살 때 주인이 ‘썰어드릴까요?’하면 어떻게 하나?”
“ ‘고맙습니다’라고 하지.”
“고기는 잘라서 오래 두면 육즙이 다 빠져나와서 퍽퍽해져. 가급적 먹기 직전에 자르는 것이 좋지. 앞으로는 그냥 달라고 하거나, 반만 썰어달라고 하라고.”
육즙과 함께 고기의 고소한 맛을 살리려면 센 불에서 짧은 시간에 굽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로 일관하는 것은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태워 말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강한 불로 시작해 고기가 슬슬 익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춰야 한다.
“고기는 자주 뒤집어서도 안 돼.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법. 세상이치와 다를 게 없다고. 고기 한 쪽이 살살 익어 육즙이 배어 나오면 그때 한 번 뒤집으면 되는 거야. 기억해 두라고. 고기는 땀이 날 때 뒤집는다.”
돼지목살처럼 지방이 적은 고기는 삼겹살에 비해 잘 탄다. 이런 경우는 처음부터 중불로 익히는 것이 요령. 센 불에 얹으면 타는 것은 둘째 치고 고기가 판에 들러붙어 애를 먹게 된다.
소고기는 돼지고기에 비해 굽기가 수월하다. 센 불에 살짝 익히면 그만. 소고기 역시 한쪽을 먼저 익힌 뒤 ‘땀이 나면’ 뒤집어 준다.
양념이 된 고기는 센 불에서 금방 타버려 불판도 자주 갈아줘야 한다. 양념갈비는 센 불과 친하지 않다.
처음부터 중불로 살살 익혀가는 것이 요령이다.
참고로 고기 판의 온도는 일정하지 않다. 가운데 부분이 가장 뜨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온도가 낮다. 석쇠로 고기를 구울 경우라면 오리고기처럼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가장자리에서 굽는 것이 좋다.
가운데에서 구우면 기름이 떨어져 연기가 심하게 나고 판이 금세 타버린다.
잘 보고 갑니다^^; 여친에게 요로코롬 궈죠야 겠네요^^